휘경동 다가구주택
다가구주택 신축
2021.10-2026.06
집의 충분조건
깃대 모양으로 뻗은 대지는 진입도로와 철도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있다. 그 물러남이 오히려 이 땅의 성격을 만든다. 우거진 수목을 지나 단층주택이 자리한 대지 안으로 가기까지 필요한 거리와 시간이 이 곳에 안온함을 부여한다. 북쪽으로 고층 오피스텔의 배면을 등지고, 남쪽으로는 철도로 인해 열린 공개공지를 마주한 땅에는 부족함 없는 햇살이 담겨있다. 주변을 둘러싼 다종다양한 건물이 겹쳐 만드는 풍경이 대지를 향해 활기차고 경쾌한 인사를 건넨다. 편리한 교통, 안전한 환경, 좋은 채광과 환기 등은 청년세대를 위한 집이 갖춰야 할 기본 조건들일 것이다. 하지만 1,2인 가구를 이루며 도심 저층 주거지에 흩어져 사는 청년들이 가장 누리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함께’라는 감각이다. 치열함으로 각자도생의 시대를 사는 청년들이 집 안팎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동체감각은 어떤 이미지 혹은 풍경일까. 그리고 그런 풍경을 담아낼 수 있는 집은 어떤 형식이어야 할까.
공동체감각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공유하는 문화, 정서, 관심사가 다양하고 충분하다면, 사소하더라도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교류를 통해 인근주민 혹은 이웃들과 적절한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진입도로보다 조금 낮은 공용거실, 깃대 모양 대지의 결절점인 중정, 중정에서 출발하는 외부계단, 층마다 공용발코니 역할을 하는 홀, 그리고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기획하고 도모할 수 있는 옥상테라스. 모든 공용장소는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되어 규모와 위치가 달라도 비슷한 공간감과 인상을 공유한다. 다양하지만 일관성있는 공간에서 젊은 거주자들은 자발적으로 그리고 유연하게 이웃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익숙한 얼굴과 마주치는 아침 출근길, 공용거실에서 비슷한 취미로 이야기가 길어지는 저녁, 테라스에 둔 개인스툴에 앉아 함께 마시는 여름밤 맥주 한 잔. 거창하지 않은 작은 순간들이 쌓이고 모여 적절한 거리의 유대관계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사는 동안, 떠난 후에도
이곳에 사는 시절 풍경이 오래 기억되고 마음속에 머물도록, 건물 내외부 곳곳 장면과 집 안에서 보이는 창 풍경이 특별하게 인지되기를 바랐다. 주변을 둘러싼 다종다양한 건물의 형상과 재료가 빚어내는 풍경들을 액자처럼 담아내는 프레임과 창은 빛과 바람을 들이는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변 건물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금속 골강판을 주요 마감재로 적용한 이 건물은 동네에 생경하고 낯선 질감을 더한다. 이웃건물과 구별되는 인상은 “나의 집”으로 가는 길에 늘 보이는 장면, 집에 도착하는 순간 이완되는 정서를 오래 기억하도록 도울 것이다. 살면서 만나는 다양한 계기와 이유로 우리는 늘 살던 집을 떠나기 마련이다. 변화와 시작이 많은 청년시절을 통과하면서 한 집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오 년에서 십 년 사이일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마주하는 액자같은 창 밖 풍경이 잊히지 않는 집, 그리고 더 나아가 같이 살던 이웃들이 떠오르고 오가며 마주치거나 인사했던 순간과 장면이 기억나는 집이면 좋겠다. 그 때 거기 같이 살았던 누군가와는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는 사이로 남아있는, 그런 보금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